하이든의 스승으로서의 깊은 배려심이 느껴졌다. 기존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재능있는 제자를 만나면 아마 모든 선생님이 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내가 이 제자를 잘 가르치는 걸까 오히려 내 방식을 강요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묻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
음악 외적으로 필요한 걸 챙겨줬어. 내 명성으로 베토벤을 밀어줬지. 베토벤이 악보를 출간할 때 내 이름을 덧붙이거나 연주 여행 때 대동해서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거나.
그러면서도 베토벤에게 필요한 것을 적재적소에 챙겨주는 자상한 스승이었다.
그래도 역시 음악적으로는 스스로 길을 찾도록 내버려 두는 편이 좋을 것 같더군.
결과적으로 하이든의 선택이 옳았다. 그 후 베토벤은 음악사의 판도를 바꿀 파격적인 곡을 연달아 작곡했다.
하지만 백현은 조급했던 베토벤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베토벤은 하이든에게서 빨리 많이 배워서 얼른 성장하고 싶었을 것이다.
베토벤은 혹독한 스파르타식 선생님을 원했는데 하이든은 여유롭게 음악을 즐기며 농담을 하고 두루뭉술하게 가르쳐주니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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